티스토리 뷰

소닉 단편

Ultima Vitae Forma

도치나무숲 2026. 3. 4. 00:32

 소닉 어드벤처 2의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 클리어 혹은 스토리 완독 후 감상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소닉 x 섀도우 (소니샤), 논CP 해석 가능. 자의적인 캐릭터 해석 및 창작 설정이 있습니다.

 

 

 

 

 이계의 피. 인류의 지식. 소년의 마음. 삼위일체로 제련된 신은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다. 완성될 기회를 얻지 못 한 파충류의 하강은 하늘에서 용이 내려오는 것과도 같다. 궁극의 권능을 허락하는 보석의 도움으로도, 버려진 방주의 추락을 막는 것은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터.

 그런 섀도우의 곁에는 소닉이 있었다. 모험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슴도치. 그저 평범한 고슴도치가 자신을 속도로 뛰어넘고, 싸움에 대등히 맞서며, 가짜 에메랄드로 카오스 컨트롤을 해낸다. 지나친 겸손은 모욕이지만, 그는 그 이름에 어떤 잣대도 대 보지 않은 채 자신하며 말했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그의 고향을 물었을 텐데-

 

 "섀도우!" 간신히 그의 팔을 비껴간 붉은 섬광은 그를 현재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이 이상 슈퍼화를 유지했다간 육체가 소멸해 버려! 콜로니로 돌아가!" 

 그의 생명과 불안정한 힘을 엮는 끈이 공허로 흩어진다. 호밍 에그 때문만은 아니다. 전능함의 증명인 원환면은 기적을 일으키는 데 소비된다, 단지 그뿐이기에. 혼돈이 범람해 숨을 막는다. 호버 슈즈의 불꽃이 꺼지는 순간, 섀도우는 재앙의 심장을 꿰뚫는 데 성공했다. 괴물은 죽었다. 그러나 스페이스 콜로니는 이미 외기권을 열어젖혔다.

 

 "저게 추락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어!" 7개의 카오스 에메랄드, 두 명의 영혼. 차가운 하늘에서 온 생명은 이미 청력을 상실했다. 서로의 손이 겹친 건, 그저 마음에 기댄 산물이다. 하얀 섬광 사이로 살구색 팔과,

 

 비처럼 내리는 환상(環狀)이 보였다.

 

 찰나였으나, 섀도우는 소닉을 목격했다.

 카오스 컨트롤? 불로불사? 그런 건 저 고슴도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부탁할게, 그들에게 행복할 기회를 줘."

 

 세상의 마지막을 보는 건 그가 될 것이다.

 


 

 ARK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나자, 섀도우는 추락했다. 인류는 또 한 번의 기적에 환호했고, 그날 밤은 유성우가 내렸다. 무중력 공간에 부유하던 리미터는 루즈에게 넘어가 GUN에 보관되었고, 어릴 적 영웅의 진실을 안 에그맨은 한동안 잠잠하다... 적어도 그것이 세상과 이를 구한 주역들이 아는 진실이다.

 

 "저걸 못 봤다면 말이지." 소닉의 시선은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 적을 눈치채지 못한 메카는 해변으로 떠밀려 온 검은 형체를 회수하고 있었다. 예의 그 파란 영웅은 가시 사이에서 유품을 꺼내, 원경의 장면을 금환일식처럼 담아냈다. 마음에 따라 세상을 구했듯, 그 마음이 서성인 탓으로 건네지 않은 단 하나의 헤일로가 그의 손 안에서 공전한다.

 섀도우 더 헤지혹, 구원받지 못했구나. 넌 이유도 모른 채 사랑해야만 했던 푸른 별로 다시 돌아와 버렸어. 에그맨한테 넘겨주긴 싫지만, 프로페서의 손자니까 네가 잃어버린 것들을 새로 만들어줄 수 있겠지. 또 다른 구속이 될지도 모르지만.

 

 해 질 녘의 바닷가는 빙하에 갇히는 것보다도 시린 느낌이 든다. 단순히 춥다기보단, 금빛으로 반짝이던 해가 붉게 물들다 서서히 암흑으로 사라지는 게 아쉬워. 하지만 요란한 밤으로 아침을 깨울 필요는 없는 법. 기다림은 지루하나 그 열매는 달다.

 소닉은 번거로움을 알면서 접힌 신발을 벌려 발목에 링을 채웠다. 익숙한 속도가 아닌 다른 모두의 발걸음으로, 젖은 모래에 또렷한 자국을 남겨본다. 언젠가 이 길을 네가 따라올 것임을 알기에.

 

 Hasta luego, 섀도우 더 헤지혹.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